[Motoroid / Column]
자동차 면허 취득 후, 도로에 처음 나선 초보 운전자들의 마음이 걱정과 고민으로 가득 차게 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닌, 당연한 일이다. '뒤에서 빵빵대면 어떡하지?','주차는 한 번에 성공할 수 있을까?' 등 수많은 걱정거리가 머릿속에 쏟아진다. 그리고 고민 끝에 '초보 운전 스티커'를 부착해, 아직 운전에 능숙하지 않은 운전자임을 알리곤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초보운전 스티커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도대체 왜, 어떤 이유로 초보운전 스티커가 논란의 중심에 오르게 된 것일까? 한 번쯤은 초보운전 스티커의 역사와 의미를 되돌아보며, 필요성과 올바른 방법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쌍방의 배려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ㅣ 초보운전 스티커 속에 담긴 본질
초보운전 스티커를 왜 부착할까? 가장 기본적이고 근본적인 내용이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이기 때문에 우리는 늘 본연의 의미를 간과하며 지내왔고, 그 결과 논란거리에 오르기까지 이르렀다. 한 번쯤은 알면서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는 초보운전 스티커 속에 담긴 본질은 다음과 같다. '면허를 따고 나서 운전이 미숙한 상태임을 도로 위에 운전자들에게 알려 혹시 모를 사고에 미리 예방하기 위함', 나아가 '운전이 미숙한 운전자이니, 조금이라도 배려해달라는 부탁'이 담겨있다.
ㅣ 초보운전 스티커, 원래 의무화였다?
최근 운전면허를 딴 운전자들은 초보운전 스티커가 원래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1995년부터 1999년까지 신규 운전면허 취득자에게 6개월간 노란색 초보운전 스티커를 의무적으로 부착하게 했다. 이를 어길 시 범칙금까지 부과하는 제도였기 때문에,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오랫동안 운전을 하지 않은 장롱면허 운전자들도 초보운전이나 다름이 없는데 이들도 부착해야 되지 않냐'라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져 단 5년 만에 폐지됐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이나 영국,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여전히 초보운전 스티커 부착을 엄격하게 표준화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운전 경력 1년 미만의 초보 운전자는 '새싹 스티커(와카바 스티커)'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하며, 75세 이상 노인 운전자 또한 '단풍 스티커(모미지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영국은 운전 연수 중인 차량에 수습생을 의미하는 'L(Learner)'스티커를 의무 부착하고 있고, 운전 경력 1년 미만의 운전자들은 임시라는 의미의 'P(Probationary)'스티커를 부착하고 있다. 러시아 또한 면허 취득 2년 미만의 운전자들에게 노란 바탕에 느낌표(!)로 구성된 초보운전 스티커를 의무 부착하도록 하고 있다.
ㅣ 다른 나라는 시행되는데, 우리나라는 왜 안될까?
그렇다면, 한 번쯤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다른 나라는 별 탈 없이 시행되고 있는 초보운전 스티커 의무 부착 제도가 우리나라에서는 안되는 이유가 뭘까?
가장 먼저 되새겨봐야 할 점이 바로 '초보 운전 스티커 속에 담긴 본질의 변형'이다. 초보운전 스티커의 본연의 의미는 '운전에 미숙한 초보운전자임을 다른 운전자들에게 알려 주의를 요함'에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초보 운전자임을 알려 다른 운전자들에게 양해를 구한다'라는 의미가 더 커졌다. 나아가 그 의미만을 바라보고 '초보라 잘 모르니,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줘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일부 초보 운전자들이 생겨났다.
아직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면, 다음의 예시를 살펴보자. 일본의 경우, 초보 운전 스티커를 부착한 차량이 사고를 일으켰을 때 100% 초보운전자에게 과실이 주어진다. 초보운전자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신경 쓰고 교통법규를 잘 지켜야 하며, 조금의 실수도 용납 받을 수 없다. 초보자가 운전함에 있어 갖춰야 할 태도와 초보 운전자로서 요구되는 마음가짐에 분명한 차이가 드러난다는 뜻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본질의 변형으로 불쾌감을 유발하는 문구나 모양의 스티커를 부착하는 초보 운전자들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뭘 봐? 초보 처음 봐?', ' 답답하면 먼저 가시던가', '초보입니다. 배려해주세요.', '저도 제가 무서워요', ' 당황하면 후진합니다', ' 차 안에 소중한 내 새끼 있다', '김 여사~현재 운전 중', '알아서 피해라', ' 무면허나 다름없음', '빵빵대면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죽여버림'…. 믿기 어렵지만, 실제로 초보운전자들이 부착한 문구다.
이런 문구를 보고 과연 어떤 운전자가 '초보이니 이해해줘야겠다'는 마음이 생겨나게 될지는 의문이다. 무슨 생각으로 저런 문구의 스티커를 돈 주고 사서 부착했는지는 도저히 알 길이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앞서 언급했던 기존 초보 운전 스티커가 갖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심지어, 진심으로 양해를 부탁하기 위해 부착하는 초보 운전자들의 의도까지 헤치고 있다.
초보운전자 스티커가 단순 꾸미기용 액세서리가 아닌, 과거에는 의무적으로 부착했고 다른 나라에서는 아직도 의무 부착하고 있는 교통안전을 위한 도구라는 인식을 분명하게 바로 가질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요인으로 '초보운전자들을 무조건적으로 무시하는 몰상식한 운전자들의 태도'가 있다. 초보 운전자 스티커를 보고, 단순 우월감과 재미를 느껴, 이들을 골탕 먹이거나 위협하는 몰상식한 운전자들이 있다. 이로 인해 위협운전을 당한 초보 운전자들은 초보 운전자 스티커를 부착하면 오히려 위험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일부 몰상식한 운전자들의 위협 운전으로 '초보 운전자 스티커'의 본질이 바닥까지 추락했다고 볼 수 있다.
ㅣ 그렇다면, 올바른 방향은?
그렇다면 어떤 게 올바른 방향일까. 불쾌한 문구가 담긴 스티커를 부착하는 사례가 난발하지 않도록 규제화된 스티커 부착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초보 운전자 스티커를 부착한 차량을 위협하지 못하게끔 법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어찌 됐건,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공감을 얻어내면서 양보와 배려를 이끌어낼 수 있는 초보 운전자 스티커의 본질을 우리 스스로 지켜나가며, 양보와 배려가 이루어질 수 있는 올바른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난스러운 스티커 부착을 자제하고, 초보 운전자 스티커가 단순 꾸미기용 액세서리가 아님을 명심해야 하며, 서로를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누구나 한 번쯤은 초보 운전의 시절이 있다. 설렘과 걱정, 두려움을 가졌던 그때 그 시절을 잊지 않고, 이제 갓 도로에 나온 초보 운전자들을 이해하고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