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존재 이유 확실한가, 르노삼성 SM6 프라임 시승기
[Motoroid / Drive & Review]
SM6
르노삼성의 중형 세단 SM6가 어느덧 출시 4년차에 접어들었다. 출시 초기, 차별화된 고급스러운 내외관으로 국내 중형세단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때는 중형 세단 부동의 1위였던 현대차의 쏘나타를 크게 앞질렀던 적도 있었지만, 이 모든 것이 이젠 과거 꿈같은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현시점에서 SM6는 르노삼성의 대표 중형세단 또는 얼굴마담이라 칭하기엔 부끄러울 정도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SM6 프라임
그렇다고 판매 부진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터. 지난해 10월 르노삼성은 특단의 조치로 전략형 모델을 새롭게 투입했다. 바로 'SM6 프라임'이다. 특단의 조치라고 해서 별다른 게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가격을 크게 낮춘 염가형 모델을 통해 저렴한 차량을 찾는 잠재적 고객들을 흡수하겠다는 전략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SM6 프라임에는 SM5에 탑재되던 엔진이 얹힌다.
르노삼성측은 SM6 프라임을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적용하고 인기 사양을 선별해 넣어 가격을 낮춘 모델"이라 소개했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새로운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큰 오산이다. 과거 SM5에 탑재되던 엔진의 개량 버전인 2.0리터 CVTC II 가솔린 엔진과 무단변속기(CVT)가 얹힌다. 과연 르노삼성이 처방한 특단의 조치가 경쟁력있는 제품력을 갖추고 있는지 시승을 통해 면밀히 살펴봤다.
첫인상
디자인 완성도는 정말 뛰어나다.
평소 SM6의 외관만큼은 정말 멋스러운 것 같다고 생각해왔다. 지금 봐도 세련된 SM6의 외관이야말로 실제 구입을 고려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아닐까 싶다.
SM6 프라임이라고 해서 외관의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아주 다행히도, SM6 프라임에도 기존과 동일한 멋스러운 외관을 만나볼 수 있다. 겉보기에 염가형 모델이란 사실이 티가 난다면 외관을 중시하는 고객들에게 과감히 배제당할뻔했지만, 두 눈 켜고 살펴봐도 외관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르노삼성차가 LED 패키지와 18인치 투톤 알로이휠을 고객이 원하면 적용할 수 있도록 선택 옵션으로 마련했다. 염가형 모델이라고 해서 옵션 선택의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은 칭찬할만한 부분이다. 덕분에 LED 패키지와 18인치휠만 추가 적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3천만 원대를 훌쩍 넘는 SM6풀옵션 모델과 동일한 멋스러운 외관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LED 패키지가 들어간 테일램프
이와는 별개로 SM6의 램프 구성은 여전히 아쉽게 느껴진다. LED 패키지를 추가하지 않으면 트렁크 부분 직선 미등 라인에 불이 들어오지 않으며 어색한 테일램프를 갖게 된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LED 패키지를 추가하거나 사설업체서 따로 작업하는 고객들도 대거 등장했다. 큰 비용이 드는 것도 아닌데, 이 정도는 르노삼성측에서 기본으로 적용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주관적인 아쉬움이 든다.
실내 인테리어
SM6 프라임 실내
예상이 적중했다. 외관에서의 차이가 없었다면, 실내 인테리어에서 감가가 일어났을 것이 뻔하다.
눈에 띄는 플라스틱 소재
실제로 SM6 프라임의 실내는 기존 SM6의 실내 구성과는 크게 달랐다. S-링크 디스플레이나 고급스러운 가죽 소재, 다이아몬드 퀼팅 패턴 등 호화스러운 요소를 대거 덜어내고, 플라스틱 등의 저렴한 소재를 대거 적용했다. 파노라마 썬루프 역시 제외됐다.
기존 S-링크 자리엔 노래 제목 정도만을 표시해주는 일반 오디오 시스템이 들어간다. 내비가 꼭 필요하다면 추가로 적용할 수 있지만 내비 품질이 그렇게 뛰어나지가 않다. 해상도도 떨어지고 터치감도 떨어진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현재 신차에 적용되고 있는 내비게이션의 품질을 기대해선 안된다.
핸드폰 무선 충전 기능도 갖췄다.
그렇다고 기능까지 모두 덜어낸 건 아니다. 그저 고급감과 멋을 덜어냈을 뿐, 꼭 필요한 편의 기능은 그대로 갖추고 있다. 앞 유리의 열차단, 차음 기능이 기본 적용될 뿐만 아니라 R-EPS 스티어링 시트템도 동일 적용된다. SE 트림에서는 열선 스티어링휠, 크루즈 컨트롤, 하이패스 전자식 룸미러, 뒷좌석 열선 시트도 만나볼 수 있었고, 심지어 핸드폰 무선 충전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SM6 프라임의 실내 구성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포함하고 있었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측면만을 중시하는 고객들에게는 분명 환영받을만한 부분이지만, 기본 이상의 고급스러운 실내 구성을 원했던 고객들에게는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완전히 달라진 심장
다른 심장이 들어간다.
SM6 프라임의 진짜 변화는 파워 트레인에 있다. 기존 SM6는 2.0리터 GDe 직분사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가 탑재됐지만, SM6 프라임에는 과거 SM5에 탑재됐던 2.0리터 CVVTC II 엔진과 무단 변속기(CVT)가 얹힌다.
출시된 지 오래된 SM5의 심장을 SM6에 이식한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시선으로 보면 노련한 맛이 있는 증명된 엔진이다. 무단변속기가 최신 차종에 적극채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변속기 변화 역시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고 볼 수 있다. 진짜 주목해볼 점은 해당 조합이 'SM6라는 차종에 적합하게 들어맞냐'라는 점이었다.
SM6 프라임 주행감의 포인트는 '노련한 맛' 이다.
직접 겪어본 SM6 프라임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엔진은 SM5에 들어가는 엔진이, 변속기는 닛산 알티마에 들어가는 엑스트로닉 무단변속기가 탑재됐는데, 두 물건이 선사하는 '노련한 맛'이 꽤나 일품이다.
변속기 변화로 느껴지는 부분은 역시 주행감이다. 초반 가속부터 실용 가속구간까지 부드러운 주행감을 선사한다. 한시도 농땡이를 피우려 하지 않고 부지런하게 열일하는 변속기 덕분에 더욱 편안한 주행이 가능해진 것. 또 빠른 속력을 내거나 급가속을 할 때면 무단변속기답게 엔진 회전수를 최대토크가 나오는 시점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치고 나간다.
엔진 변화로 느껴지는 부분은 힘과 가속력 부분이다. 실제로 최고출력이 기존 150마력에서 140마력으로, 최대토크는 20.6kg.m에서 19.7kg.m로 낮아졌다. 무단변속기가 주는 주행감에서 전해오는 느낌상의 차이도 물론 존재하겠지만, 힘이 살짝 부족하다는 점은 너그럽게 수긍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실용 구간에서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이 차를 가지고 과격하게 운전할 일도 없을 터. 때문에 무난하고 편안한 차가 필요한 운전자들에겐 오히려 이번 조합이 나을 수도 있다는 것이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다. 어느 누가 SM6를 가지고 BMW처럼 운전하고자 하겠는가? 간혹 "주행감이 공격적이지 못하고 날카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살펴볼 수 있는데, 이는 절대 저평가할 부분이 아닌 차량 고유의 특성으로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는 게 주관적인 생각이다.
스티어링휠의 응답성이 날카롭지만은 않지만, 잘 조율된 조향감으로 다루기가 쉽다. 다만 SM6 자체의 운동성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게 운전하거나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긴 무리가 따른다. 크게 아쉬웠던 부분은 진동 부분이다. 차량 자체에서 전해지는 부적절한 진동은 절대 아니다. 노면에서 전해지는 충격이나 진동이 다소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운전하면서 불편함을 느낀다거나 거슬린 정도는 아니니 무난하게 타기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비는 준수한 편이다. 평균 연비 11~12km/l 정도가 찍혔다. 정속 주행이나 고속주행 위주의 주행이라면 더욱 높은 연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SM6 프라임의 존재 이유
SM6 프라임은 양날의 검이다.
현시점에서 르노삼성 SM6 프라임의 판매량만 놓고 보면 꽤나 성공적이다. 첫 달인 지난해 10월 328대가 판매, 11월 554대, 12월 855대로 크게 늘었다. SM6 프라임의 판매량이 점차 늘고 있는 셈이며,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보면 SM6 전체 판매량의 30% 정도를 SM6 프라임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완벽한 성공으로 보긴 힘들다. SM6도 잘 팔리고 SM6 프라임도 잘 팔린다면 완벽한 성공이 맞지만, SM6의 전체 볼륨은 큰 변함이 없다. 즉, SM6 프라임이 기존 SM6 고객들만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가격이 크게 낮아진 SM6 프라임의 등장으로 기존 SM6가 갖던 프리미엄 이미지를 훼손해 기존 고객들의 불만을 이끌어내고 있다. 3천만 원을 훌쩍 넘는 비싼 가격을 주고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며 SM6를 구입한 기존 고객들에게 SM6프라임의 등장은 분명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 또 SM6 전반의 중고차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M6 프라임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성비'라는 확실한 조재 이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SM6 프라임의 가격은 2,268만 원~2,498만 원. 기존 2.0 가솔린 엔진 모델의 최상위 트림의 RE의 기본 가격이 3,100만 원임을 감안하면 가격적인 메리트를 갖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고급스럽고 멋스러운 '보이는 가치'보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가성비'를 중시 여기는 고객들에게 이 차를 권하며 글을 마친다.
글 : 모터로이드 뉴스팀 <저작권자 (c) 모터로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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