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상징 키드니 그릴, 약일까 독일까?
[Motoroid / Column]
키드니 그릴은 오랜 기간 BMW의 상징적인 요소로 작용해왔다. 멀리서 봐도 BMW 모델임을 각인 시켜주는 시각적 효과를 안겨줬고, 덕분에 회사 성장에도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키드니 그릴이 갖는 정체성과 상징성이 너무 강력해진 탓에 오히려 '약'이 아닌 '독'이 되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경쟁 업계 디자인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는 현시점에서, 키드니 그릴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한 번쯤은 진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 BMW의 디자인 행보를 살펴보면, 디자인의 자유도와 신선함이 타 브랜드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신형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느낌이 덜하다는 비판의 여론이 난무하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키드니 그릴을 가로로 배치해야한 하는 디자인의 한계를 무시할 수 없다. 키드니 그릴을 우선 배치하고 헤드라이트, 범퍼 등의 주변 변화만을 꾀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다 보니, 디자인 자유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제는 BMW의 신형 모델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머릿속으로 생각해본다. "키드니 그릴이 더욱 커지고 앞트임 헤드라이트가 적용되고. 조금 더 나아가면 LED 헤드라이트가 강렬해지거나 범퍼에 기교를 부린 정도겠지···."
물론 키드니 그릴을 없애자고 주장하는 역적모의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필자는 누구보다도 BMW를 좋아하는 매니아 중 한 명이고, 어릴 적부터 키드니 그릴을 동경해왔다. 다만, 크고 넓히고, 약간 다듬고 정도의 변화가 아니라 대담한 변화의 시도가 필요한 시점에 놓여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다른 경쟁 브랜드의 움직임은 어떨까? 최근 아우디의 디자인 변화는 굉장히 파격적이다. 사각형 싱글 프레임을 시작으로 점차 육각형으로 발전했고, 이는 좀 더 과감하고 파격적인 변화를 꾀했다. 기존 이미지와는 달리 날카롭고 엣지있는 디자인으로 전과 확연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과거 아우디의 프로덕트 매니저 루카스 던스는 "아우디는 혁신적으로 한 번에 디자인을 바꾸지 않고 조금씩 눈치 못 채게 다듬어 나간다"라고 말했지만, 최근 행보는 그 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변화와 자신감을 가진 당당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나 할까?
확 바뀐 사례로는 링컨 브랜드를 뺴놓을 수가 없다. 링컨은 날개 형상의 스플릿 윙이라 불리던 특유의 그릴을 과감히 버렸다. 상징을 버린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더 이상 날개 그릴은 조금도 살펴볼 수 없게 됐고, 남성적이고 간결한 그릴 디자인을 새롭게 적용했다. 처음 옛 것을 중심으로 변화를 꺼려하는 보수층이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이내 새로운 얼굴에 금방 적응하고 변화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이 외 다른 브랜드도 파격적인 디자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신형 캠리, XC60, 렉서스 LS를 봐도 E 클래스, 푸조 5008, Q30···. 최근 출시되는 차량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냄새가 묻어난다.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시대에 눈에 확 땡기는 '무언가'를 내놓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 아닐까?
지금 BMW에게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신선한 충격'이 필요하다. '혁신'이라 칭할 정도의 한 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최근 공개된 X7에는 키드니 그릴이 엄청난 크기로 커지고 맞붙은 것을 살펴볼 수 있다. BMW 역시 뭔가 새로운 느낌을 주고 싶어 했던 모양이다.
결국엔 크고 넓어지다 맞붙어 버린 키드니 그릴. 앞으로 키드니 그릴은 어떻게 변화를 주고, 또 어떻게 변하게 될까? 혁신적인 변화가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글 : 모터로이드 칼럼 기획팀 <저작권자 (c) 모터로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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