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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oid / Column]



많은 사람들이 후륜구동에 대해 적잖은 환상을 가지고 있다. 엑셀만 밟아주면 드리프트와 동시에 화려한 퍼포먼스를 자랑할 것만 같고, 날카롭고 짜릿한 코너링을 뽐낼 것만 같은, 그런 환상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좀 달린다?'하는 고성능 차량들은 대부분 후륜 구동을 채택해왔다. 더욱이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차량에 후륜 구동이 채택되는 경우도 살펴보질 못했다. 



어쩌면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후륜'이라는 방식을 우러러보며 자랐을지도 모른다. 말, 치타, 호랑이, 고라니, 코뿔소 등 잘 달리는 것들이라면 모두 뒷발이 발달되어 있다. 힘차게 달리는 동물들을 보며, 우리 머릿속에 '발달된 뒷발 = 잘 달리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는 공식이 잠재됐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그렇게 우리는 매우, 아주 자연스럽게 후륜구동을 올려다보게 됐고, 후륜구동은 스포츠카, 고성능 차량의 전유물로 여겨져왔다. 


전유물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혼자서 독차지하는 물건'. 과연 후륜 구동은 계속해서 이들의 전유물로 남을 수 있을까? 



BMW는 줄곧 고성능 모델에 후륜구동 방식을 고집해왔지만, 차세대 슈퍼 세단 '신형 M5'에 후륜 구동 모드를 지원하는 사륜구동 방식을 채택했다. 600마력이 넘는 강력한 힘을 두 바퀴로 감당하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 그 이유다. BMW M 디비전 CEO '프랑크 판 밀(Frank Van Meel)'은 "후륜에 구동력 배분을 높인 AWD가 BMW 슈퍼 세단에게 필수적"이라 설명했고, 출력을 높이면서 떠오르는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륜구동을 선택했다. 네 바퀴를 굴리게 되면 접지력과 안정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외계인을 고문해 만든다는 영국의 슈퍼카 제조업체 '맥라렌'도 지금껏 고집해온 후륜구동 방식에 약간의 의구심을 표했다. 맥라렌 CEO 마이크 플루윗(Mike Flewitt)가 영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자동차 축제 '굿 우드 오브 스피드'서 맥라렌이 미래 모델을 위한 옵션으로 사륜구동을 바라보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마이크 플루윗은 '우리는 점점 한계(후륜 구동)에 다가서고 있다'고 언급하며, "우리는 지금 당장 사륜 구동을 계획하고 있지는 않지만, 우리가 선택할지도 모르는 방향이라고 의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엔지니어 팀이 사륜구동 개발을 시작하게 되면, 틀을 얽매이지 않고 접근할 것"이라 말했다. 



'뭐가 뭐가 더 좋을까?'라는 분쟁을 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1,000마력을 바라보는 차들이 흔하게 등장하는 시대에서, 과연 후륜구동만으로 안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트랙션 컨트롤, 자세 제어장치, 토크 벡터링 등 온갖 첨단 기술을 탑재해 후륜구동의 안전 문제를 어느 정도 커버한다 하더라도, 그 한계는 분명히 존재한다. 안전이 강조되는 시대에 무조건 후륜 구동을 고집하는 것도 좋은 방안은 아닐 것이라는 의미다. 



어쩌면 고성능 차량의 구동 방식에 변화가 찾아오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변화가 시작됐는지도 모르겠다. 큰 걱정은 접어둬도 좋다. 자동차 브랜드들이 매력이자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후륜구동을 완전히 없애버리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사륜 구동 방식이 채택된다 한들, 버튼을 누르면 앞바퀴의 구동력 배분을 완전히 차단하는 '후륜구동 모드'를 따로 마련해두는 센스쯤은 발휘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준비할 것은 열린 마음으로 변화를 지켜보는 자세와 후륜 구동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드라이빙 능력뿐이다. 


글 : 모터로이드 칼럼 기획팀 <저작권자 (c) 모터로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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