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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oid / Official]


-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 선정 

- 팔리진 않지만 단종은 아냐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애매한 위치 선정으로 존재감이 바닥에 떨어져 버린 준대형급 세단이 있다. 바로 터키어로 '사자'라는 뜻의 아슬란이다. 



현대차는 2014년 10월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의 수요층을 공략하기 위해 아슬란을 출시했고, 품격 있는 외관 디자인, 안정적인 승차감, 뛰어난 정숙성을 사자에 비유하며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실제로 현대차가 경쟁 차종으로 꼽은 라이벌 대상도 독일의 3대 프리미엄 세단 벤츠 E클래스, 아우디 A6, BMW 5시리즈였지만, 출시 이후 저조한 판매량과 하락세를 기록하며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됐다. 



현대차는 출시 당시 아슬란의 연간 목표 판매량을 2만 2,000대로 삼았다. 2014년 2개월간은 신차 효과를 바탕으로 2,551대를 판매했지만, 아슬란의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15년 월평균 판매량 719대(2015년 총 판매량 8,620대)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월평균 판매량이 187대(2016년 총 판매량 2,246대)로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는 월간 판매량이 100대도 넘지 못하며 연이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월평균 판매량은 100대도 채 되지 않는 58대에 그쳤고, 총 판매량은 176대에 불과했다. 5월과 6월 판매량은 고작 39대다. 


현대차의 플래그십 모델임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최고급 세단이라고 보기에 그 존재감과 위상이 바닥까지 하락했다. 판매량이 너무 저조하다 보니 단종설이 돌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대차의 공식적인 입장은 밝혀진 바가 없다. 또한 연식변경 모델 출시와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당장 단종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랜저 ig


반면, 아슬란의 동생격인 그랜저는 날개를 단 듯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크게 젊어진 디자인과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내세우며 출시 이후 7개월 연속 1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가뿐히 넘겼다. 지난달에도 판매량 12,665대를 기록하며 자동차 판매 순위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으며, 그 결과 중형 세단 시장까지 일부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랜저와 아슬란이 같은 플랫폼으로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다른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주된 이유는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낀 애매한 포지셔닝'이다. 아슬란은 그랜저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고 부품도 공유하지만, 내외관 크기가 크게 다르지 않고 가격은 더 비싸다. 


좌 : 마르샤 / 우 : 다이너스티


이는 과거 등장했던 마르샤나 다이너스티의 맥락과 굉장히 유사하다. 현대차는 소나타 바디로 마르샤를 제작해 소나타와 그랜저 사이를 공략했고, 그랜저 바디로 다이너스티를 제작해 그랜저와 에쿠스 사이를 공략했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같은 바디에 비싼 가격표가 괘씸하다는 듯 아래급(소나타, 그랜저)을 선택했고, 애매한 위치에 껴버린 두 차종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아슬란도 과거 두 차량의 맥락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현대차가 공들여 제작한 차량인 만큼 계속해서 명을 이어갈지, 아니면 단종이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아슬란은 이미 되살릴 수 없는 꺼져버린 불씨일지도 모르지만, 실패가 꼭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아슬란은 '간섭효과'가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표본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선택 폭을 넓혀주기도 했다. 더욱이 아슬란에 흡수되지 않은 고객들은 현대차의 그랜저와 제네시스에 대부분 흡수됐을 가능성이 크다. 


현상황에서 아슬란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는 그랜저와 차별화된 품질과 디자인, 성능을 갖추는 것이 유일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차라리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그랜저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현대차가 또 한번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며 아슬란 살리기에 나설지, 과감히 단종을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모터로이드 뉴스팀 <저작권자 (c) 모터로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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