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가치, BMW M5
[Motoroid / Column]
시간이 멈추지 않는 한, 세상 모든 것이 존재할만한 시간에만 존재하고 때가 되면 사라진다. 하지만 세상에는 존재가치가 너무 소중한 것들이 있고, 잠시 머물다 사라지기엔 매우 아쉬운 것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사물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또는 이어가기 위해 '시리즈(Series)'라는 개념을 고안해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가치와 전통적인 가치를 적절히 조화시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BMW M5
자동차 세계도 마찬가지다. 반짝 모습을 드러내고 사라지는 차들이 존재하는 반면, 십 년이 지나도, 삼십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우리 곁에 머무르는 차들이 있다. 그런 차들을 우린 '명차'라고 부른다. 수많은 명차가 존재하겠지만, 지금 시점에서 꼭 다뤄야 할 차가 한 대 있다.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으로 전 세계를 홀린 고성능 슈퍼 세단, 바로 'BMW M5'다.
1세대 BMW M5(E28) / 1984
1세대 BMW M5(E28)는 1984년 암스테르담 모터쇼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날카롭게 각진 차체와 똘망똘망한 헤드라이트는 가장 BMW스러운 이미지를 잘 구축하고 있으며, 몇 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전혀 어색하거나 촌스럽지 않다.
286마력의 성능을 발휘하는 직렬 6기통 3,453cc 엔진이 탑재됐고, 변속기는 5단 수동변속기가 함께 맞물렸다. 제로백(0→100km/h)은 6.2초, 최고속도는 247km/h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세단'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졌다. 1980년대 기준으로는 매우 빠른 수치이며, 매혹적인 성능과 디자인으로 'M5 시대'를 본격적으로 여는데 큰 공을 세웠다.
2세대 M5(E34) / 1988
1988년부터는 2세대 M5(E34)가 바턴을 이어받게 된다. 성능이 개선된 새로운 엔진을 심장에 품은 2세대 M5는 더욱 빨라졌다. 최고출력은 319마력을 발휘했고, 최고속도는 250km/h(속도 리밋)였다. 무게는 1750kg로 1498kg였던 1세대 M5보다 무거워졌지만, 제로백은 6초 이내로 크게 단축됐다.
총 생산량도 12,000대로 이전 모델보다 6배 가량 늘었고, 왜건 모델인 E34 M5 투어링도 출시됐다. 1세대 M5가 쌓아놓은 명성을 잘 이어가며 그 가치를 더욱 발전시킨 모델로 평가된다.
3세대 M5(E39) / 1998
1998 제네바 모터쇼서 공개된 3세대(E39)부터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다. 이전 모델들의 클래식한 매력과 현대적인 스포티한 이미지가 절묘하게 섞이면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게 된다.
5.0 V8 엔진이 처음으로 탑재됐고, 출력도 80마력이나 증가한 400마력을 발휘했다. 제로백은 1초가량이 당겨진 5.3초를 기록했으며, 생산량도 20,000대로 더욱 증가하게 된다. 국내에는 2000년부터 정식 수입되기 시작했으며, 한국서도 M5붐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4세대 M5(E60) / 2005
그리고 대망의 2005년, E60 5시리즈를 기반으로 제작된 4세대 M5가 등장한다. 당시 수석 디자이너였던 크리스 뱅글의 손을 거쳐 탄생한 디자인은 그동안의 5시리즈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만큼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는 의미다. 직선을 강조했던 기존의 모습에서 탈피하고 곡선과 볼륨감이 강조됐다.
당시엔 좋은 평을 듣지 못했던 디자인이라고 하지만, 필자가 꼽는 최고의 5시리즈이자 최고의 M5는 4세대 M5다.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적인 디자인이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던지고 싶고, 무엇보다 5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V10 엔진을 얹은 모델이었다. 터보 시대가 찾아온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쥐어짜내는 듯한 짜릿한 소리를 자랑하던 자연흡기 엔진. 어쩌면 자연흡기 엔진 시대에 등장한 완벽한 절정체라고 볼 수 있다.
최고출력은 507마력에 달하고 제로백은 4.7초에 불과했다. 고성능 세단의 출력 경쟁에서 포식자로 군림했던 셈이다. 생산량도 20,548대로 가장 성공적이었다. 필자는 지금까지도 4세대 M5가 쥐어짜내는 엔진음을 듣기 위해 유명 동영상 사이트를 전전하곤 한다.
5세대 M5(F10) / 2012
그리고 2012년, 완전히 새로운 5세대 F10 M5가 등장해 전 세계 자동차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시작한다. 말 많던 V10 자연흡기 엔진 대신 4.4리터 V8 터보 차저 엔진이 탑재돼 배기량은 줄었지만 출력은 560마력으로 향상됐다. 제로백은 4.3초로 더욱 단축됐고, 뉘르부르크링 서킷 랩타임 기록도 이전 모델 대비 18초나 앞당긴 7분 55초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7단 듀얼 클러치 자동변속기를 적용해 8.1km/l라는 뛰어난 연비까지 갖췄다.
5세대 M5는 무식할 정도로 성능에만 치중하기보다는 효율과 배기가스 배출량을 고려한 흔적이 돋보인 고성능 세단이 아니었을까.
6세대 M5(F90) / 2017
그리고 올해, M5가 등장한지 33년만에 가장 새로워진 여섯 번째 BMW 슈퍼 세단 'F90 M5'가 등장했다. 라이벌 브랜드의 성장을 의식한 듯, 작정하고 준비한 듯하다. 모델 사상 최초로 4륜 구동 시스템을 채용했을 뿐만 아니라 8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새로 만든 4.4 V8 트윈 터보 엔진을 이식했고, 그 성능은 어마 무시하다. 최고출력 600마력, 최대토크 76.5kg.m이라는 폭발적인 성능을 자랑하며, 제로백은 3.4초로 더욱 당겨졌다.
신형 M5에서 주목해볼 점은 M 모델 최초로 사륜구동 시스템인 M xDrive가 채용됐다는 점이다. 물론 상황에 따라 앞바퀴와 뒷바퀴에 가변적으로 엔진의 동력을 조절할 수 있으며, 기존의 후륜 구동 모드를 선택해 후륜구동만의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줄곧 고성능 모델에 후륜 구동 방식을 고집해왔던 BMW가 사륜구동 시스템을 선택한 것은 출력을 높이면서 자연스레 떠오른 안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후륜(2WD), 사륜(4WD), 사륜 스포츠(4WD Sport) 드라이브 모드를 제공하게 됐다.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BMW M5
BMW M5는 세월에 흐름에 따라 적절하게 변화하며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한결같이 설레게 만들고 있다. 고집만 부릴 것이 아니라 시대의 트렌드와 타협할 줄도 알고, 전통을 지킬 줄도 안다. BMW M5는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명차였고, 한 줄 평을 내려보자면 '자기만의 색깔이 분명한 개성만점 고성능 슈퍼 세단'이다. 앞으로 펼쳐질 BMW M5의 행보를 지켜보는 이들의 흥미는 갈수록 고조될 전망이니, 기대감을 가지고 이들의 변화를 만끽해보자.
글 : 모터로이드 칼럼 기획팀 <저작권자 (c) 모터로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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