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혼다를 탄생시킨 혼다 소이치로, 그가 세상에 남긴 것들
[Motoroid / Column]
"엔진을 생각하면 머릿속에서 엔진이 돌아가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잠을 잘 수 없었다" 1948년 혼다 자동차를 설립한 혼다 소이치로(1906-1991)가 살아생전 남긴 말이다. '기술의 혼다'라는 말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가장 짧고 굵게 이해시켜준다.
혼다 소이치로는 어릴 적부터 기계를 만지는 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오래된 잔디깎이 모터로 자전거용 보조엔진을 개발했고, 1946년엔 혼다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모터사이클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혼다 소이치로의 경영 정신은 초기부터 매우 확고했다. 남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닌, 독자적인 기술을 고집했다는 것. 이러한 정열과 철학은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되고, 1961년 영국 맨섬 바이크레이스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널리 떨치게 된다.
경영 철학보다 더 놀라운 것은 혼다 소이치로가 자신이 설립한 회사가 나아갈 방향과 목적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회사 발전의 초석으로 '모터스포츠'에 주목했다. 당시 일본의 모터스포츠 수준과 기반 시설은 서구에 비해 크게 뒤떨어졌는데, 결국 직접 서킷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1959년 서킷을 만들기 위한 부지를 매입하고, 1961년 서킷 공사 시작, 이듬해 9월 개장하며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설계는 네덜란드의 유명 서킷 디자이너 존 후겐홀츠가 담당했으며, 완공된 서킷이 바로 일본 미에현 스즈카시에 위치한 스즈카 서킷이다.
스즈카 서킷
스즈카 서킷이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아시아·일본 최초의 국제 규격 서킷이었으며, 혼다 모터스포츠의 발전 무대로 활용됐고, 혼다 제품의 시험 장소와 홍보 무대로 사용되기도 했다. 현재는 일본 모터스포츠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됐으며, F1 일본 그랑프리, WTCC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환경에서 서킷의 필요성을 미리 인지하고, 직접 설계까지 나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어쩌면 이 순간부터 혼다의 앞길은 탄탄대로로 접어들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더 높이 살만한 가치는 혼다 소이치로의 '도전 정신'이다. 사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혼다는 제대로 된 차가 한 대도 없었다. 바이크계에서 이름을 떨쳤을지는 몰라도, 쟁쟁한 경쟁자들이 수두룩하던 자동차 세계에는 후발 주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들은 겁먹기보다는 쟁쟁한 머신과 베스트 드라이버들이 우글거리는 F1에 발을 내딛고 대회 진출을 선언한다. 토요타, 닛산 등과 경쟁을 펼치기 위해서는 기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판단, 기술력을 검증받기 위해 F1 진출에 나선것이다.
1965 RA272는 혼다에 F1 첫 우승을 안겼다.
그리고 F1 프로젝트 시작 2년 만에 일본 업체 최초로 F1 무대 진출, 이듬해 멕시코 그랑프리에서 RA 272로 첫 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혼다의 열정과 도전이 출전 1년 만에 우승이라는 쾌거를 안겨준 셈이다. 당시 혼다 소이치로의 우승 소감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승부의 결과가 목적이 아니다. 경주 결과를 분석해 품질을 높이고, 더욱 안전하고 뛰어난 성능의 자동차를 고객에게 선보이는 것이 목적이다" 이후 혼다의 엔진은 막강한 성능과 신뢰성을 자랑하며 F1 머신에 공급되기 시작한다.
혼다에 있어 특별한 해가 있다면, 1992년을 꼽겠다. 혼다 역사상 최초의 타입 R 모델 'NSX 타입 R'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R은 레이싱(Racing)을 의미하며, 타입 R은 서킷 주행에 특화된 고성능 유형임을 암시한다. 타입 R 모델에는 빨간 바탕의 혼다 엠블럼이 부착됐고,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신형 시빅 타입 R
NSX 타입 R에는 C30A V6 3.0리터 DOHC VTEC 엔진이 탑재됐고, 크랭크샤프트의 균형 정밀도와 커넥팅로드의 무게 정밀도를 높였다. 서스펜션을 새로 세팅하고 각종 편의장비를 제거해 무게를 120kg가량 줄였다. NSX 타입 R로 시작한 '타입 R' 브랜드는 인테그라 타입 R, 1997 시빅 타입 R, 어코드 타입 R 등으로 이어졌으며, 최근 공개된 시빅 타입 R은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랩타임 7분 43.80초라는 독보적인 기록을 경신하고 '가장 빠른 전륜구동'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타입 R의 명성을 떨치고 있다.
혼다는 모터스포츠라는 무대를 완벽하게 활용했고, 그곳에서 갈고닦은 기술을 양산차에 충실히 적용하고 있다. 디자인, 스포티한 주행 능력, 뛰어난 성능의 엔진, 우수한 핸들링, 높은 내구성과 품질까지. 어쩌면 기술을 최고이자 우선으로 여겼던 혼다 소이치로의 철학이 여과 없이 반영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혼다는 구식 자전거용 보조 엔진으로 시작해 오토바이, 자동차를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 소형 제트기까지 제작하고 있다.
"도전해서 실패하는 것을 겁먹지 마라.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무서워해라" 혼다 소이치로는 CEO로서의 자격이 있고, 존경받을 만한 자질을 갖췄다. 혼다 소이치로는 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의 확고한 철학과 나아갈 방향, 제품 개발에 대한 관심과 노력, 도전정신이 필수적이란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비록 혼다 소이치로는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회사에 남긴 철학과 메시지는 고스란히 남겨졌다. 혼다는 올해 초 도쿄에 새로운 혁신 연구소 'R&D 센터 X'를 설립하며 로봇 공학, 모빌리티 서비스 및 시스템, 인공 지능, 배터리 등 최신 기술과 최첨단 소재 연구에 돌입했다. 혼다는 R&D 센터 X를 중심으로 최첨단 기술과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개발하며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할 전망이다.
글 : 모터로이드 칼럼 기획팀 <저작권자 (c) 모터로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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