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출격 앞둔 제네시스 신형 G90, '회장님차' 이미지 벗어야 산다
[Motoroid / Column]
플래그십(Flagship), 해군 함대의 기함을 뜻하는 용어다. 시장에서는 제품 라인업의 최상위급 기종으로 통하며, 소형-중형-대형으로 구성되는 자동차 라인업에서는 '대형 세단'으로 통한다. 우리가 잘 아는 삼각별 군단의 대장 'S 클래스', 비머 형제들의 맏형 '7시리즈', 제네시스의 'G90' 역시 대표적인 플래그십 세단이다.
과거 플래그십이 갖던 의미는 꽤나 남달랐다. 부와 권위의 상징으로 통했고, 겉으로 드러나는 위엄이나 풍채 역시 일반적인 모델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각진 스타일과 중후한 멋을 뽐내며 거리를 누비던 플래그십의 모습은 그야말로 '위풍당당' 그 자체였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플래그십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권위적이고 무게감이 느껴지던 '회장님 차', '아빠차'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젊고 세련된 오빠차'로 과감한 스타일 변신에 나섰다.
과거와 달리 크게 젊어진 외모는 플래그십을 찾던 연령층을 크게 낮췄을 뿐만 아니라, 중형차 소비층 마저 일부 흡수할 정도로 그 영역을 크게 넓히는데 기여했다.
이제 정말 플래그십 세단이 특정 연령층, 계층,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차종이라 해도 이상한 구석이 없는 시대다.
2030 젊은이가 7시리즈에 올라타도, 여성이 S 클래스의 운전대를 잡고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가 않다. 이것이 바로 플래그십 판매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자 주요 자동차 제조사가 오랜 팬층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이미지 변신을 강행했던 철저한 전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럼 앞서 예시로 든 유명 해외 제조사의 플래그십이 아닌, 대상을 조금 바꿔보기로 하자. 현대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기함 'G90' 말이다.
제네시스 G90을 '국산차' 또는 '현대차'라는 범주에 속한다는 단순한 이유로 까내리는 사람들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흔히 살펴볼 수 있는데, 그렇게 단순히 저평가될 차가 절대 아니다. 뿌리라고 볼 수 있는 에쿠스 시절부터 회장님들을 모셨던 차종인 만큼, 허술하게 만들어진 차종이 아닐뿐더러, 실제로도 플래그십에 걸맞은 고급 기능과 안락한 승차감을 갖추고 있다.
앞서 제네시스는 EQ900의 차명을 G90으로 바꾸고 신차급 부분변경을 강행했다. 이는 갈수록 젊어지는 플래그십 변화에 뒤늦게나마 발맞춰가기 위한 전략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에쿠스의 연장선이었던 'EQ900'이라는 상징 같은 차명을 과감하게 버린 것도, 파격적인 스타일의 변신도 어쩌면 선택이 아닌 살아남기 위한 필수적인 대안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G90은 차명부터 스타일까지 대대적인 변화를 한 단계 진행했음에도 불구, 앞서 언급했던 '플래그십의 변화'를 자유롭게 만끽하지 못했다. 이는 제네시스 G90이 경쟁 수입 플래그십 대비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큰 성공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기도 하다.
앞서 예시로 들었던 2030 젊은이 또는 사모님을 제네시스 G90에 대입시켜보자. 아빠차 또는 남편차를타고 나온듯한 어색함이 묻어나지만, 경쟁 플래그십이라 할 수 있는 BMW 7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S 클래스, 아우디 A8, 렉서스 LS은 그런 느낌이 덜하다.
물론 G90을 둘러싼 '회장님차', '임원차' 등의 다소 중후한 이미지가 100% 디자인 때문에 생겨났다고 보긴 어렵다. 예로부터 비교적 높은 연령층의 선택을 받아왔을 뿐만 아니라 법인차 시장에서 국산 대형차의 수요가 높았다는 점도 한몫을 차지한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 G90은 아직 플래그십에 찾아온 젊은 변화를 자유롭게 만끽하지 못하고 수요층을 크게 넓히지 못하고 있다.
시대는 완벽하게 바뀌었다. 플래그십 고급차의 수요는 특정 성별, 연령을 뛰어넘은지 오래다. 과거에 머무르게 되면 크게 확대된 수요층을 모두 수용하지 못하고 고인물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이제 제네시스 G90은 부분변경이 아닌, 완전한 이미지로 새로날 준비를 앞두고 있다. 제네시스는 플래그십 세단 'G90 풀체인지(개발명 RS4)' 모델을 내년 선보일 예정인데, 고객 연령층을 크게 낮춰야한다는전략은 신형 G90이 풀어야할 핵심 과제로 여전히 남아있다. 과연 신형 G90은 기존의 '회장님차'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파격적인 스타일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까?
제네시스 G90은 EQ900 등장 6년만에 세대교체를 앞두고 있다. 특히 앞서 선보인 G80, GV80, GV70 등의 신모델이 젊은 감각의 디자인으로 연타석 인기몰이에 성공했기 때문에,신형 G90 디자인에 대한 기대감도 상당히 고조돼 있는 상태다. 해당 논제를 최근 해외서 공개된 G90 풀체인지의 예상도를 통해 미리 짐작해보자.
해외 자동차 전문매체 Motor1에 따르면, 제네시스가 자사 플래그십 세단 ‘신형 G90‘ 풀체인지 모델을 내년 선보일 예정인 가운데, 해외에서 신형 G90 예상도가 새롭게 공개됐다.
러시아 자동차 전문 매체 Kolesa가 공개한 신형 G90 예상도는 그동안 국내에서 포착됐던 위장막 스파이샷과 현행 G90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단 높은 완성도와 적중률보단 전반적인 스타일링을 유추해볼 수 있는 수준이다.
차세대 G90는 현행 G90의 비율과 디자인 특징을 계승함과 동시에 제네시스 고유의 디자인 정체성인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과 G-매트릭스 패턴, 두 줄 컨셉 쿼드램프 등 스포티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링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가 쏠린다.
특히 국내 유출된 스파이샷에 따르면, 먼저 전면부는 보닛과 그릴, 헤드램프 등 전반적으로 훨씬 낮고 안정감 있는 비율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5각형 크레스트 그릴은 현행 G90와 형태가 유사하지만, 각 모서리에 곡선을 강조, 더 와이드한 모습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또 그릴과 맞닿은 헤드램프는 GV80부터 시작된 오리지널 두 줄 컨셉 쿼드램프가 반영됐고, 앞바퀴 펜더까지 늘린 파격 디자인 요소가 눈길을 끈다. 그래픽은 G80, GV70와 같은 구성이다. 후면부는 테일램프 양 끝을 다듬은 것을 제외하면 현행 G90의 디자인을 이어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구체적인 테일램프, 트렁크 등의 디자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인테리어 역시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처럼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결합된 와이드 디스플레이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며, 70-80라인업과 달리 전혀 다른 디자인과 레이아웃을 가질 전망이다.
제네시스는 이번 풀체인지 G90을 계기로 플래그십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다. 더 이상 플래그십의 의미를 '회장님의 차'로 남겨둬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이미 경쟁 브랜드의 플래그십은 과거 틀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플래그십에 고성능을 접목시킨 모델들도 출시되고 있으니 말 다 했다. 앞으로 제네시스가 플래그십에 어떤 새로운 변화를 녹여낼지, 또 수요층을 어느 정도까지 확대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진재 자동차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c) 모터로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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