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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oid / Drive & Review]



지난 1986년 처음 등장해 어느덧 6세대로 거듭난 국민 고급세단 '그랜저'. 다양한 고급 수입차들이 국내로 진출하기 시작하고 현대 라인업에서도 그랜저 상위 모델들이 새롭게 포진되면서 과거 그랜저가 갖던 지위가 다소 낮아진 건 사실이지만, 오랜 역사와 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당당한 존재감은 아직까지 여전하다. 




첫인상 



그랜저는 보면 볼수록 신기한 구석이 있다. 구민 세단이라 불릴 정도로 많이 팔리고 도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차종이지만, 그랜저만이 갖는 위풍당당한 모습과 품격은 언제나 필자를 겸손하게 만든다. 


그도 그럴 것이 한때 그랜저는 당대 최고로 인정받던 세단이기도 했다. 일명 '각 그랜저(1986.7~1992.9)'의 시대. 당시 그랜저는 명예와 부의 상징적 의미로 통했고, 그 품위는 그랜저에 깊게 녹아내려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그랜저 광고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광고 내용 中 "문득 요즘 어떻게 지내냐는 친구의 물음에 그랜저로 답했다"라는 진지한 문구가 조금은 오글거리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절대 헛된 과장이나 잘못된 표현은 아니라는 사실에는 동의를 표한다. 그만큼 그랜저는 예나 지금이나 오너를 높게 띄워줄 만한 고급스러운 차가 분명하다. 




외관 디자인 



처음 그랜저 IG를 마주했을 때 기억이 생생하다. 그랜저 구매 연령대를 낮추기 위한 의도였을까. 그랜저만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이전 세대 대비 확실히 젊고 감각적으로 변화했다는 사실이 강하게 느껴졌다. 더 이상 젊은 사람이 그랜저를 몰아도 어색하거나 이상하지 않은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이번 그랜저는 비율이 낯설면서도 자꾸만 눈길이 간다. 길게 뻗은 보닛과 2개로 구성되는 측면부 캐릭터 라인, 낮게 깔린 헤드램프 위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매끄럽고 슬림하며 세련됐다. 현대차 로고도 더욱 커졌다. 아무래도 이번 그랜저에 꽤나 높은 자신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전면부는 대형 캐스캐이딩 그릴이 적용돼 예술적인 분위기를 강조했고, 볼륨감 넘치는 후드는 웅장한 느낌을 더한다. 무엇보다 'L'자 형상의 헤드램프가 차분한 품격을 선사하는데 한 몫을 차지하며, 하단으로 따로 분리된 LED 방향지시등은 고급차 이미지를 더해준다. 



후면부는 출시 초기 디자인 카피 논란이 있긴 했지만, 필자는 그랜저의 디자인 아이덴티티 계승에 무게를 실어주고 싶다. 양 끝이 길게 하나로 이어지는 리어 콤비램프는 그랜저의 오랜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아왔고, 향후 출시될 신형 그랜저에도 어김없이 적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랜저의 뒤태는 야간에 더욱 빛난다. 다른 차종들보다 LED 램프가 차지하는 면적이 매우 넓고 선명하기 때문. 현대차가 그랜저의 높은 완성도를 위해 쏟아부은 노력은 어느 정도 인정해줘야 하는 부분이다. 






사진 속 차량은 가솔린이나 디젤이 아닌, 하이브리드 모델. 그렇다고 해서 외적인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그나마 차이점이 있다면, 차량 측면에 '블루 드라이브' 엠블럼을 부착해 친환경 모델임을 강조했고, 트렁크 오른쪽 상단에 '하이브리드' 엠블럼으로 정체성을 드러냈다. 



전반적인 디자인 완성도는 꽤나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젊어진 디자인으로 지적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디자인 자체만으로 보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더욱이 젊고 감각적으로 변화하는 디자인 추세는 그랜저에만 해당되는 변화는 아니다.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가 한층 젊어진 디자인을 내세우며 고객층의 범위를 젊은 층까지 확대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실내 인테리어 



신형 그랜저 실내의 가장 큰 특징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돌출형 디스플레이를 들 수 있겠다. 사실 돌출형 디스플레이가 디자인 자율성을 부여하기에 훨씬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는 건 맞다. 하지만 이는 보통 실내가 좁은 소형차들에게 주로 어울리는 말이다. 중대형 차종의 경우 인스트루먼트 패널이 거대해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매립하기에 큰 어려움이 없어 매립형을 적용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랜저에는 돌출형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이로 인해 매립형 방식 채택으로 안정감있고 품격 있는 분위기라는 평가를 받은 K7과 달리, 그랜저는 주변 디자인과 어울리지 못하는 배치라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필자 주관적인 의견으로는 돌출형과 매립형의 문제가 아닌, 독특한 디자인이 불러온 참사라고 본다. 디스플레이를 감싸는 두터운 패널이 고급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마치 불필요한 조미료를 첨가해 음식 재료 본연의 맛을 현저히 떨어뜨린 것 같다고나 할까. 차라리 K7처럼 매립형 방식을 채택하거나 아예 심플한 돌출형 디자인으로 갔으면 더 많은 인기를 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디스플레이 아래 공조장치나 각종 버튼의 구성은 완벽하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현대차의 버튼 구성은 놀라울 정도로 직관적이고 알아보기 쉽다.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로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더하는 방법도 잊지 않았고, 큼지막한 비상등 버튼도 마음에 들었다. 



실내 소재 역시 고급스러운 소재를 많이 사용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세계 최초로 리얼 코르크가니쉬 도어 트림이 적용된다. 시각적으로도 특별한 감이 들긴 하지만, 손으로 느껴본 촉감은 더욱 만족스럽다. 



쏘나타를 보러 갔으면서도 그랜저로 자꾸만 눈이 가는 이유 중 하나는 실내 공간에 있다고 본다. 현대차가 실내 공간을 잘 뽑아내기도 하지만, 그랜저는 차급을 능가할만한 여유로운 공간을 자랑한다. 트렁크 적재 공간도 마찬가지. 패밀리 세단이나 비즈니스 세단으로 크게 사랑받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주행 테스트 : 그랜저는 역시 그랜저다. 



이번에 느껴본 그랜저는 일반적인 그랜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흔한 가솔린 모델이 아닌, 전기모터와 엔진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아무래도 효율을 중시하는 모델이다 보니, 성능보다는 연비를 궁금해하는 독자분들이 많을 것이라 판단되지만 그전에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먼저 기본적인 성능에 대해서는 "역시 그랜저"라는 말을 해야 할 것 같다. 사실 그랜저라는 차량이 스포츠 세단이 아닐뿐더러, 그랜저를 타고 역동적으로 운전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지도 못했다. 



그만큼 그랜저는 편안하게 탈 차량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월등히 높은 차량이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그랜저는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 차량이라 볼 수 있다. 일상적으로 편안하게 타기엔 그랜저만한 차량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코너링 능력이다. "그래도 차급이 있는데 이 정도 속력에선 전혀 무리 없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코너를 진입하니 당혹스러운 상황이 많이 연출됐다. 예상과 달리 쉽게 미끄러지는 차체에 당황해 여러 차례 코너링 테스트를 진행해봤지만 노면을 완벽하게 잡아주진 못하는 듯했다. 




반자율주행 기능 중 하나인 차선 유지 보조 기능도 조금은 미숙하게 느껴졌다. 정말 작동해야 할 적절한 시기에만 간단명료하게 간섭한다기보다는, 다소 이질감이 느껴지는 수준이었다. 



이제부터는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소감을 기재하고자 한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에는 159마력의 2.4리터급 4기통 엔진과 38KW 급 모터가 탑재돼 최고출력 204마력 정도의 힘을 발휘한다. 



본격적인 성능을 알아보기 위해 시동 버튼을 누르면 하이브리드 본연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시동이 켜졌는지는 계기판을 통해서나 알 수 있고, 전기모터는 매우 가볍게 차를 구동하기 시작한다. 속력을 내기 전까지는 엔진소음은 물론 진동까지도 느껴볼 수 없는 고요함이 유지된다. 



부족함을 느껴보기 힘든 초반 가속부터가 인상적이다. 소리 없이 치고 나가는 힘은 전기모터가 탑재된 차량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매력 포인트다. 속력을 서서히 끌어올릴 때면 흔들림 없이 차체를 밀어붙이는 주행감이 꽤나 만족스럽다. 소음 부분에서도 크게 만족스러웠다. 고속 주행에서도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고 정숙성을 유지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중 접합 차음 유리가 적용됐다고 한다. 


전기모터는 스타트 시점뿐만 아니라 가속이 필요할 때, 짧은 시간에 빠른 속력이 필요할 때면 전기모터가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해줘 든든했다. 연료 효율도 효율이지만 시원시원하고 막힘없는 가속감은 하이브리드만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X50km/h 부근까지도 무리가 없고, Y 영역에 근접해서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 들긴 했지만, 그랜저는 이렇게 타는 차가 아니니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주관적인 생각이다. 실용구간에서 필요 그 이상의 성능을 선사하니 크게 만족하면서 탈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든다. 



배터리 방전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배터리 부족 시 스스로 엔진을 움직여 배터리를 충전하기도 하지만, 주행 중 탄력주행이나 내리막길 주행, 브레이크 작동 시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실시간으로 충전한다. 때문에 계기판 외쪽 바늘은 RPM 마냥 꽤나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살펴볼 수가 있다. 



이 차의 핵심 포인트는 뭐니 뭐니 해도 연비가 아닐까 싶다. 정부 공인 연비는 복합 16.2km/l, 그랜저 차급에서는 살펴보기 힘든 높은 수치기 때문에 하이브리드가 전하는 축복을 다시 한 번 실감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경제운전 19%, 보통 운전 39%, 비경제 운전 42% 비율로 주행, 무더운 폭염에 에어컨과 통풍 시트를 풀가동했음에도 불구하고 14.8km/l를 기록했다. 참고로 필자는 높은 연비를 찍는 것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다. 



정보 전달 차원에서 덧붙이면, 높은 효율은 연비뿐만 아니라 각종 혜택으로까지 이어진다. 준대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저탄소 세제혜택, 취득세 및 공채 매입 일부 감면 등 하이브리드 차량 구매 혜택은 이 차를 타면서 느껴볼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 밖에 특별히 좋았던 점은 어라운드뷰 기능, 주행 내내 편안했던 시트,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소재가 전해주는 만족감, 너무 시원한 통풍시트, 시인성 좋은 헤드업 디스플레이, 개방감 넘치는 파노라마 선루프 정도가 있겠다.




끝으로 



그랜저라는 무게 있고 품격 있는 외관에 높은 효율까지 갖춘 이 차. 타보기 전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만족도가 그 이상이다. 사실 타보기 전까지는 그랜저부터는 어느 정도 떨어지는 효율을 감안하면서 타는 차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 편견을 확실하게 깨뜨려준 차가 바로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아닌가 싶다. 



사실 아직까지는 국산 하이브리드를 100% 신뢰하지 못하는 고객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필자도 역시 그랬다. 하지만 제품 완성도를 직접 느껴보고 나니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단순 현대차라는 반감이나 국산 편견으로 바라보기엔 그랜저의 제품력이 꽤나 뛰어나다. 



필자는 이전부터 주변인들에게 "그랜저부터는 까면 안 돼"라는 우스갯소리를 해왔다. 가격대비 공간, 편의성이 우수하다는 것이 주장의 근거였지만, 하이브리드에는 '효율성'이라는 항목이 한 가지 더 추가될 것 같다. 



끝으로 늘 머릿속에 갖고 있던 한 가지 생각이 더욱 확고해졌다. "역시 많이 팔리는 차종은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글 : 모터로이드 뉴스팀 <저작권자 (c) 모터로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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