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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oid / Column]

 

 

엔진의 효율이 중요시되고 배기가스 기준이 날로 까다로워짐에따라 터보의 시대가 막을 열었다. 터보 차저를 통한 출력 향상 덕분에 작은 엔진으로도 큰 힘을 낼 수 있고, 이전보다 배기가스를 적게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터보 기술은 출력과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차선책이라 할 수 있겠다. 

 

그렇게 너도나도 터보를 달고 고출력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는 요즘엔, 지금은 보기 드문 이전 시대에 대한 갈증과 갈망이 찾아오곤 한다. 인위적인 느낌 없이,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만큼의 힘을 뿜어내주던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 저속에서도 여유롭게 그릉거리는 엔진 회전 질감. 절대 모방하거나 흉내 낼 수 없는 특유의 매력과 감성은 고배기량 자연흡기를 엔진의 로망으로 떠받들게 만들었고, 터보 엔진 시대로 변해버린 현실을 개탄하게끔 만들었다.

 

 

자연흡기 시대를 스쳐간 차들이 정말 많지만, 그중에서도 한 대를 꼽으라면 지금은 구형이 돼버린 'BMW E60 M5'를 꼽겠다. E60 M5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자연흡기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슈퍼세단이다. 비머팬이라면 끊임없이 갈망했을 그 시대의 명차, BMW E60 M5를 소개한다. 

 

E60 M5는 M5 역사상 4세대에 해당하는 모델로, 지난 2005년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수석 디자이너였던 크리스 뱅글의 손을 거쳐 탄생한 이 녀석의 외모는 그동안의 5시리즈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만큼 파격적인 디자인이었다는 의미다. 직선을 강조했던 기존의 모습에서 탈피하고 곡선과 볼륨감을 강조해 새로운 멋을 창조해냈다. 당시엔 좋은 평을 듣지 못했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날렵한 유선형 바디라인과 독수리를 연상시키는 외모는 전설로 남기에 충분했고, 슈퍼세단이라는 타이틀과도 완벽하게 매치됐다. 

 

E60 M5가 유독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강력한 심장에 있다. 5시리즈 역사상 최초로 5,000cc V10 엔진이 탑재됐기 때문이다.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쥐어짜내는 듯한 짜릿한 소리와 8,000RPM부터 시작되는 레드존. 분명 자연흡기 엔진 시대에 등장한 완벽한 절정체였다. 

최고출력은 507마력에 달하고 제로백은 4.7초에 불과했으며, 고성능 세단의 출력 경쟁에서 포식자로 군림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생산량도 20,548대로 가장 성공적이었고, 그때 그 명성은 6세대 M5가 등장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사실 필자도 전설의 E60 M5를 제대로 체험하거나 운용해본 적이 없다. 그저 꿈속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로망이자 드림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전전하며 오너들이 전하는 소감으로 대리만족하던 그 시절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니, 지금도 이따금씩 그런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5,000cc V10엔진이 탑재된 E60 M5를 손에 넣어야만 끝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하곤 한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메인터넌스 비용으로 익히 알려진 전설의 차는 아무나 끌 수 있는 차가 아니란 사실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내 고개를 휘젓는다. 

 

수 없이 찾아보고 들어본 BMW E60 M5 오너들이 전하는 소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BMW M답게 가속감과 조향감이 우수하고, V10엔진이 뿜어내는 음색이 예술이라는 점. 50:50 무게 배분 특성과 후륜구동의 특색이 잘 버무려진 차. 폭발적인 퍼포먼스를 선사하지만 결코 지나치지는 않은 품격 있는 슈퍼 세단. 괴물이라고는 하지만 4도어 세단의 느낌도 갖추고 있어 패밀리카의 기능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차. 하지만 5000cc V10엔진이 선사하는 엄청난 유류비의 압박. 소유해보진 않았지만 그 심정이 충분히 공감된다. 세상 그 어떤 이가 이런 괴물을 손에 잡고 발가락 신공으로 운전할 수 있겠는가?

정말 아쉽게도, 앞으로 자연흡기 시대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BMW E60 M5 같은 자연흡기 괴물이 세상밖에 뛰쳐나올 가능성은 더더욱 적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 모두가 바야흐로 터보 시대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고배기량을 운운하며 자연흡기를 논할 수 있는 그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래도 지금까지 V10 M5를 기억하며 과거를 회상하고 있을 '어떤 이'에게 이 글을 바친다. 

 

 

 

▶ 글로는 E60 M5의 V10엔진음과 강력한 파워를 완벽히 전달할 수 없다고 판단, 즐겨봤던 해외 리뷰 영상을 남깁니다. 독자분들의 10분을 순식간에 뺏어줄 리뷰 영상입니다. 하이라이트 구간 3분 21초 / 4분 8초 / 5분 50초 ◀

 

글 : 모터로이드 칼럼기획팀 <저작권자 (c) 모터로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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