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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oid / Column]

 

 

세상이 온통 디지털에 의해 잠식당하는 듯한 요즘이다. 집안을 가득 메웠던 LP판은 어느덧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물건으로 전락했고, 필름 카메라의 "드르륵드르륵" 소리는 어느덧 희미해져만 간다.

 

 

자동차라고 예외는 아니다.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오늘날의 자동차는 온도를 숫자로 표시해주고, 심지어 계기판 클러스터는 디스플레이만 덩그러니 남겨진 채 바늘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본래 아날로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도록 만들어져있다. 그저 인간이 디지털 방식으로 바꿔 표현하고 있는 것뿐이다. 물론 디지털이 간단하고 한정된 숫자로 모든 것을 표시해주기 때문에, 모든 것이 쉽고 빨라진 시대에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온 세상이 디지털로 가득 메워질수록, 기다림이나 간절함이 사라진 이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은 더욱 목말라져만 간다.

 

 

아주 다행이도, 아날로그는 디지털이 가히 흉내 낼 수 없는 감성과 매력을 가지고 있다. 꾸며지지 않은, 순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아날로그.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는 묘한 매력. 그런 감성이야말로 아날로그가 20세기를 넘어 21세기와도 소통할 수 있는 가장 큰 비결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날로그는 디지털로 가득 찬 세상에서도 죽지 않고 꽤나 규모 있는 자치령으로 존속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완전히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겐 아날로그는 더 이상 '옛것'이 아닌 '새로운 것'으로 적용한다. 요즘 같은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녹아든 흑백사진이나 오래된 오락실 게임기, LP판 등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같은 맥락으로, 자동차 역시 아날로그를 오래오래 곁에 둘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를 자세히 살펴보면, 꽤 많은 아날로그 감성이 녹아있다. 작은 발끝의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요동치는 RPM 게이지와 엔진 소리와 함께 상승하는 속도 게이지까지. 대시보드 중앙에 위치한 동그란 아날로그시계는 차량의 실내 분위기를 좌우할 정도로 함축된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매치된 가죽과 재봉선의 조합도 디지털과는 대조를 이루는 아날로그적 감성이라고 볼 수 있겠다.

 

 

앞으로 아날로그가 자동차에 어떤 방식으로 머무르게 될지는 예측불가다. 그저 나날이 바빠지는 현대 사회에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아날로그 감성이 자동차 실내에 크게 요구될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해볼 뿐이다. 혹여나 완전한 아날로그 형태가 아니더라도,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적 감성을 융합한 형태 속에 오래오래 간직될 것이며, 둘의 특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방법은 더욱 고도화되고 어려워질 전망이다.

 

자칫 차갑게 보일 수 있는 디지털 속에서 본연의 모습과 나름의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는 아날로그. 앞으로 자동차 속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어떤 방식으로 공존하게 될까?

 

글 : 모터로이드 칼럼 기획팀 <저작권자 (c) 모터로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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