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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oid / Drive & Review]


쉐보레의 중형 SUV '이쿼녹스' 


지난달 한국 GM의 구원투수로 쉐보레의 중형 SUV '이쿼녹스'가 투입됐다. 노장인 캡티바를 제외하곤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던 한국 GM이 신모델을 추가하며 재기에 나선 것. 이래 봬도 지난해 미국서 29만 대 연간 판매고를 기록, 픽업트럭 실버라도에 이어 북미 최다 판매 모델에 이름을 올린 베스트셀링카다. 과연 이쿼녹스는 타율이 높은 국산 중형 SUV들을 상대로 구원투수의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을까? 




본격 시승기에 앞서 



이쿼녹스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조금은 다른 방식의 시각으로 접근하기로 했다. 2박 3일간 느껴본 이 차는 여타 다른 국산 SUV와 비교하기엔 추구하는 방향성과 성격이 확연히 달랐다. 


솔직히 말해 한국서 견고하게 자리 잡은 중형 SUV계의 양대산맥(兩大山脈)을 뛰어넘기엔 불리한 점이 너무 많다. 경쟁 모델 대비 낮은 배기량, 다소 비싼 가격, 한국이 아닌 도로 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수입 모델 특유의 핸디캡. 이 삼박자만 해도 걱정이 앞서지만, 시기적으로도 그리 좋지 못하다. 




지난 몇 년간은 그야말로 한국 GM의 암흑기였다. 야심차게 출시했던 크루즈는 크게 실패하여 출시 1년 만에 단종되기에 이르렀고, 군산공장 폐쇄 이후엔 철수설까지 나돌며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가장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 GM을 바라보는 고객들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다는 점이다. 


이쿼녹스가 여러 가지 핸디캡을 극복하고 한국 GM의 회생 발판이 될 것인지, 저조한 실적으로 또 한 번의 쓴맛을 안겨줄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첫 인상 



10여년 전, 필자에게 좋은 기억을 선물해주고 떠난 패밀리카가 바로 윈스톰이었다. 당시 윈스톰은 경쾌하고 역동적인 주행감을 선사하지는 못했어도 '패밀리 SUV'라는 역할은 확실하게 수행해냈다. 그래서일까. 윈스톰, 캡티바를 잇는 이쿼녹스의 등장은 꽤나 반갑게 느껴졌다. 


이쿼녹스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다른 차종도 아닌, 윈스톰 시절부터 무려 12년이라는 세월을 묵묵히 버텨온 캡티바의 대타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조금은 늦은 감이 없지 않아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 녀석이 주인공이 맞다면 너그럽게 이해해줄 의향은 있다. 




외관 디자인 



누가봐도 쉐보레차다. 쉐보레의 최신 패밀리룩이 적용돼 강인한 인상을 풍긴다. 반짝이는 크롬 섞인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 그릴은 헤드램프와 연결돼 마치 커다란 투구를 연상시키는 듯하며, LED DRL은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이다. 



사실 전면부만 보면 날렵한 디자인 때문인지 SUV보다는 세단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측면부로 넘어가면 '듬직한 SUV'라는 정체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D 필러를 검게 처리해 윈도우처럼 보이는 기교를 부린 것이 눈에 띄며, 덕분에 차체가 더 커보이는 효과를 이끌어냈다. 또한 말리부와 마찬가지로 측면부에 'EQUINOX' 레터링을 부착해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부분까지 커버해냈다. 



후면부는 약간의 아쉬움이 느껴질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고 심플하다. 개인적으로 앞서 공개된 크루즈, 말리부 등의 후면부를 보며 전면부 대비 조금은 심심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왔다. 이쿼녹스도 마찬가지다. 머플러 노출이나 화려한 테일램프, 디자인의 기교는 최대한 자제해 강렬함보단 얌전함을 택했다. 조금이라도 더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걸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에는 다소 안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 주관적인 평가다. 




실내 인테리어 



실내로 들어서니 미국의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큼지막하고 조잡해 보일 수 있는 갖가지 디자인 요소가 섞여 실내 고급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조립품질이나 소재 고급성 역시 우수하다고 보긴 힘들다.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는 것은 너그럽게 넘어간다고 쳐도, 어떻게든 티가 나지 않도록 처리하는 기교가 경쟁사 대비 떨어진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쉐보레의 최신 디자인 언어가 고스란히 녹아들어 앞서 공개된 말리부와 비슷한 구성이다. 오직 '쉐보레'라는 브랜드 역사의 관점으로만 보면 최신 트렌드가 반영된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슬금슬금 올라오는 미국차 감성과 다소 저렴해 보이는 듯한 느낌은 아무리 인지하지 않으려 노력해봐도 쉽지가 않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중앙 센터패시아는 아쉬움의 연속이다. 먼저 디자인부터 경쟁 모델 대비 크게 뒤처진다. 에어컨 송풍구를 감싼 커다란 크롬 소재들은 실내 인테리어에 조화보다는 따로 노는듯한 느낌을 주며, 조금의 고급성마저 무너뜨린다. 차라리 블랙 하이그로시 소재로 처리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아래 위치된 갖가지 버튼들은 다소 조잡한 구성이다. 에어컨 공조 컨트롤러 관련 버튼들이 한 곳에 집중된 탓에 알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버튼들간 구분 없이 평명으로 이어져 직접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감으로는 조정이 힘들다. 



풍량 조절 표시도 아쉬움이 느껴진다. 풍량 세기를 조절하면 현재 세기를 게이지를 통해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쿼녹스는 이 부분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세기를 표시하는 가로형 게이지가 매우 얇을뿐만 아니라 어두운 곳이 아니면 파란색 불빛은 운전석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전반적인 실내 버튼 구성은 안전을 위해 운전하면서 조작하지 않는 편이 나을 듯싶다. 조잡한 구성과 비교적 아래에 배치된 탓에 버튼을 인지하고 조작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다른 차종들보다 좀 더 필요하다. 



아쉬움은 편의를 위해 마련된 핸드폰 무선 충전 공간에서도 느껴진다. 핸드폰을 거치하는 홈이 너무 좁은 탓에 비교적 크기가 큰 핸드폰이나 두꺼운 케이스를 장착한 핸드폰은 들어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다양한 핸드폰의 크기를 고려하지 않은채 설계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계기판 역시 전형적인 쉐보레 차량들의 계기판이 탑재됐다. 왼쪽에는 RPM 게이지, 오른쪽에는 솓도 게이지가 표시되고, 가운데는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마련돼 주행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앞서 나열한 아쉬운 부분들을 제외하면 전형적인 패밀리 SUV 다운 여유롭고 아늑한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GM의 새로운 가변형 플랫폼 'D2XX' 덕분에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널찍한 공간이다. 상대적으로 좌우 공간보다는 앞뒤 공간이 여유로운 편이기 때문에, 2열에 덩치가 큰 성인 3명이 타면 다소 좁게 느껴질 수도 있다. 



트렁크 공간 역시 알차다. 2열 시트를 폴딩 하지 않아도 충분해 보이긴 하지만, 60:40으로 폴딩 되는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600L로 공간 확장이 가능하다. 폴딩 시 완전히 평평한 공간이 되는 것도 매력 중 하나다. 이불을 깔고 누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순간 스쳐지나 가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여기까지만 하는 걸로.



몇 가지 특별히 마음에 들었던 부분도 있다. 파노라마 선루프의 개방감이 좋고 보스 스피커의 음향이 뛰어나다. 특히 보스 특유의 매력적인 저음은 음악의 즐거움을 배로 더해준다.




주행 테스트 : 작은 심장으로 인한 파워에 대한 갈증? 



1.6리터 CDTI 4기통 터보 디젤 엔진 + 6단 자동변속기. 크루즈 디젤 모델과 같은 파워트레인 구성이다. 제아무리 배기량이 숫자놀음이 돼버린 시대라 해도 걱정이 앞섰다. 게다가 1645kg의 무겁지 않은 공차중량이라 해도 덩치가 꽤 나가는 중형 SUV라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았다. 날렵하게 낮게 깔린 세단이 아닌, 조금이라도 공기저항을 더 받을 중형 SUV기 때문.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하루 이틀이 아닌, 적어도 3일은 차를 타봐야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이쿼녹스와 3일을 함께해 보기로 했다. 



시동 버튼을 눌러 심장을 깨웠다. 디젤답지 않게 조용하게 반응하는 이쿼녹스의 첫인사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기 시작하자 필자는 당황스러운 심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시승전 우려했던 작은 심장이 뿜어내는 힘은 현실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모든 차종이 그렇듯, 가속과 빠른 속력이 필요 없는 일반 도로에서는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급가속과 빠른 속력이 필요한 구간에서는 출력의 부족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힘겨워하며 울부짖는 엔진음에 비례해 RPM게이지가 요동치지만 속도계는 꽤나 무심하게 반응한다. 



이틀째가 돼서야 이쿼녹스를 다루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터득했다. 이차는 급가속과 속력에 초점이 맞춰진 차가 절대 아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을 때 느껴지는 빠릿빠릿한 반응과는 거리가 있고, 지그시 밟으며 출력을 끌어올리는 안정감 있는 가속에 가깝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속페달을 순간적으로 깊순히 밟는 건 의미가 없다. 




속력을 즐기는 운전자라면 이쿼녹스와는 거리를 두어야 할 것 같다. 100km/h 도달까지 걸리는 시간은 10초 내외로 무리가 없다고 쳐도, 그 이상 속력을 내는 건 무리다. 마치 속도 리밋이 걸려있는 듯, X50km/h 이상 속력을 내는 건 정말로 힘들다. 3일간 최대속력을 기록해보기 위해 직선 구간을 찾아다녀보기도 했지만 부질없었다.



이 차는 절대 적극적으로 몰아붙이는 차가 아니다. 운전자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어느 정도 타협을 하며 타야 하는 차다. 거칠게 몰아붙이기보다는 차분하게 꾸준한 가속을 이어나간다면 출력으로 인한 아쉬움을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력에 대한 아쉬움은 존재했지만, 차 자체의 기본기나 능동안장비, 첨단 기능에 대한 만족도는 크게 뛰어났다. 이쿼녹스는 차선이탈 경고 및 유지보조, 전방 충돌 경고, 자동 긴급제동, 후측방 경고 등 다양한 첨단 안전 기능이 전 트림 기본 탑재된다. 비싼 가격을 조금이나마 납득시켜줄 수 있는 부분이다. 


쉐보레 이쿼녹스 햅틱 시트 작동 영상


가장 마음에 들었던 기능은 바로 '햅틱 시트'다. 운행 중 각종 경고를 시트의 진동과 경고등으로 운전자에게 알린다. 단순 경고음보다는 확실히 직관적인 경고를 통해 운전자에게 확실한 경고 표시를 해줬다. 햅틱 기능을 사용해보기 위해 일부러 앞차와의 거리를 좁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본 결과, 시트 진동으로 즉각 브레이크를 밟을 것을 요구했다. 



정차시 스스로 시동을 껐다 켜주는 스톱앤고(ISG)기능도 꽤나 정직하게 작동했다. 작동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핑계로 작동하지 않는 몇몇 차량들도 만나보곤 했지만, 이쿼녹스는 이 부분에 있어 꽤나 정직했다. 속력을 꽤나 올려 주행해도 예외 없이 자동해 보다 편리하고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다. 


연비는 서울 도심을 많이 주행하고 에어컨도 강하게 틀었음에도 불구하고 복합 10km/l가 기록됐다. 일반적인 주행이라면 공식 연비인 13.3km/l 정도는 가뿐하게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한 가지 추가적으로 아쉬운 점은 쉐보레 차량들의 기어 변속기가 'P-R-N-D'가 아닌 'P-R-N-D-L'로 배치됐다는 점이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저단 기어인 'L'은 왼쪽으로 따로 빼거나 버튼을 눌러 작동하게끔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필자가 제안하는 이쿼녹스 구매 가이드 



쉐보레 차량들은 여타 국산 브랜드의 차량들과는 확연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어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화려한 멋과 날렵한 주행감보다는 묵직한 주행감과 안정성을 추구하며, 지금껏 쉐보레 차량을 선택하셨던 분들 역시 추구하는 바가 이와 비슷했다. 



이쿼녹스 역시 마찬가지다. 운전의 재미를 추구하는 차량이 아닌, '내 가족을 위한 패밀리카'라는 타이틀에 충실한 차다. 설사 가족을 태우고 험하게 운전하거나 과속을 하는 가장은 없을 것이다. 평소 운전 습관이 과격하지 않거나 속력을 즐기지 않는 분, 가족을 태우고 다닐 무난하고 여유로운 패밀리카가 필요하신 분, 가끔은 여행이나 캠핑을 즐길 수 있는 SUV를 찾는 분들께 이차를 권한다. 



단, 단순 국산 브랜드를 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 차를 선택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한국의 도로 사정이나 한국인들의 성격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건 국산 브랜드다. 즉, 오랜 시간 국산 브랜드에 익숙해져 있는 운전자라면 잘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브랜드에 관계없이 자신의 성향과 잘 맞는 차량을 선택하는 것이 차량 구입 후 만족도를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끝으



이쿼녹스와 3인간 함께하며 가장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이차는 절대 본인만을 위한 차량은 아니다. 운전자 한 명이 아닌, 가족 모두를 위한 타협점을 분명히 제시하고 있고, 그 타협점이야말로 가장들이 추구하는 가치에 근접한다. 안전하고 듬직한 패밀리 SUV를 찾는 분들에게는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10여 년 전 윈스톰을 구매하여 가족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주신 나의 아버지처럼…


글 : 모터로이드 뉴스팀 <저작권자 (c) 모터로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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