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의 늪에 빠진 한국 GM, 추락과 회생의 갈림길에 서다.
[Motoroid / Auto Inside]
- 연이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한국 GM
- 가격 경쟁력과 판매 전략의 문제?
한국 GM은 6,314억 원의 이르는 작년 순손실을 포함하여 2년간 2조 원에 가까운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한국 철수설'이 돌고 있는 실정이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조까지 파업에 돌입했다. GM은 최고 경영자 메리 바라(Mary Barra)는 올해 초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부를 정리하고 수익이 나는 지역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대로 부진·뒤숭숭한 행보를 이어가다간 설마 했던 한국 철수설이 현실이 돼버릴지도 모른다.
현재 한국 GM의 주력 차종들은 경쟁 모델들에게 크게 밀리며 영 힘을 못 쓰고 있다. 기아차 모닝과 팽팽한 경쟁을 펼치던 더 넥스트 스파크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급기야 트롬 세탁 건조기 등을 경품으로 내세우며 관심 끌기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 집계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은 41.3%나 줄었다.
한국 GM이 들여온 신차들도 기대 이하의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쉐보레의 플래그십 모델 임팔라는 출시 전 네티즌들에게 '그랜저의 독주를 막을 대항마'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고, 실제 출시 당시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물량 부족이라는 벽에 부딪혀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이후 기아 K7, 그랜저 등에게 크게 밀리면서 단종설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준중형 세단 올 뉴 크루즈 역시 부진이다. 역시 출시 전엔 '현대 아반떼를 이기겠다'는 포부를 밝힐 정도로 크루즈에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아반떼는 커녕 기아의 K3에게도 밀리며 초라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차 자체의 완성도는 괜찮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문제는 가격 경쟁력이었다. 가격대가 차량 구입 시 주요 고려 사항으로 요구되는 준중형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우며 높은 가격으로 출시했다.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높은 가격에 크루즈를 둘러싼 긍정적인 요소들마저 모두 묻혀버리게 됐고,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게 됐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어지는 부진과 가격 논란에 뒤늦게 가격 낮추기에 나서며 고객들의 신뢰마저 잃었고, 급기야 이번 달에는 출시된 지 4개월도 안된 신차가 120만 원이라는 특별 할인 조건까지 내걸었다. 계속되는 할인폭에 차가 안팔린다는 사실이 더욱 부각될뿐더러, 결국 신차효과 한 번 제대로 못 누려본 비운의 차로 전락하게 된 것. '차라리 출시 당시부터 저렴한 가격에 출시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만 더욱 커져가고 있다.
부분변경을 더치며 숨통 좀 트이나 싶었던 트랙스마저 커다란 벽에 부딪혔다. 현대차가 작정하고 만든 소형 SUV 코나와 기아의 스토닉이 출격하면서 후발 주자로 밀려나는 듯한 모양새다. 올 뉴 말리부는 아직까지 안정적인 판매량을 이어가고 있지만, 기대만큼의 상승세를 이어가지는 못하고 있다. 현상황에서 바라본 한국 GM의 미래는 분명 어둡다. 해결책이라고 내놓은 가격 할인 마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마당에 별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희망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 GM의 마지막이자 유일한 대안으로 신차를 투입해 막강한 라인업을 갖추는 방안이 남아있다. 한국 GM은 모델 노후화로 상품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캡티바를 대신할 후속 모델로 에퀴녹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미국 공장에서 생산되는 쉐보레 에퀴녹스를 수입해 국내 중형 SUV 시장에 투입할 예정이며, 현대 싼타페, 르노삼성 QM6, 기아 쏘렌토 등과 경쟁을 펼치게 된다.
한국 GM에게 에퀴녹스는 더 이상 물러서지 않기 위한 최후의 방안이자 비장의 카드인 셈이다. 실제로 에퀴녹스는 미국에서 매년 20만 대 이상 판매되고 있는 베스트셀링카이며, 연비도 높고 최신 안전 편의 장비도 풍부하게 탑재돼 인기를 끌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번마저 지난 크루즈 때 겪었던 실수를 똑같이 저지르게 된다면, 회생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진다. 신형 싼타페가 출격을 앞두고 있고 쏘렌토는 페이스리프트로 상품 경쟁력을 크게 높였다. 한국 GM은 이러한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에퀴녹스의 원활한 공급을 위한 방안과 적절한 가격대 설정에 심형을 기울여야 한다.
여유가 된다면, 신형 트래버스의 도입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동급 최고 수준의 적재 공간과 넉넉한 3열 공간까지 갖춘 대형 SUV 트래버스는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만한 차가 분명하다.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추고 있어 패밀리 SUV로서 매력도 충분하다. 정말 한국 시장에서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면, 에퀴녹스를 비롯해 좀 더 다양한 신모델 투입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편, GM이 한국 GM 인수 시 일정 기간 동안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KDB 산업은행과의 계약이 다가오는 10월 16일 종료되며, 이후 상황이 더욱 악화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글 : 모터로이드 뉴스팀 <저작권자 (c) 모터로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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